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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철학자 아빠의 인문육아 (권영민)

by gogojoo 2020.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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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맘맘'이라는 팟캐스트를 통해서 알게 된 육아서적이었다. 당시 전문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육아 정보 서적보다는 육아 과정에서의 부모들의 고민을 들어볼 수 있는 책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의 제목이 귀에 들어왔다.

얼마전 만난 선배가 부사장님이 이런 말을 해주았다. "아기를 키우다 보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다. 지금의 나는 왜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까? 예전 나의 부모님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기에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라는 얘기를 해주셨다.

이 책은 육아 방식의 어떤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사실 정답이라는 것이 없기도 하다.) 아이가 보여주는 모습들을 어른의 시각이 아닌 한 인간의 관점에서 여러가지 철학적 개념을을 덧입혀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었다.

특히 아이의 엄마가 미국 유학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아빠가 아이를 키우며 느꼈을 고민들을 정리하면서 아빠 스스로도 인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성장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의 아이를 키우며 예전 작가가 어렸을 때의 기억와 부모님들의 양육방식을 돌이켜보며, 왜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 돌아보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 약간은 기계같은, 매우 이성적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언제나 더 '잘'하고 칭찬 받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되었다는 부분.
- 부모가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이기는' 방법만 알려주다 보니, '지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회피하게 되었다는 부분.

[인상적이었던 부분]
- 독립심이 강한 아이로 키우려는 부모들은 '안아, 안아' 노래에 단호하게 대처한다. 심지어 잠자리도 따로 하는 것이 아이를 더 강하게 한다며 돌도 지나기 전에 아이와 잠자리를 분리한다. 하지만 과연 아이의 독립심이나 자립심이 부모로부터의 격리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독립심이 강한 아이로 키우려면 잠자리도 분리하고 되도록 덜 안아 줘야 한다고 가르치는 어떤 육아서의 견해와 달리 부모가 아이에게 더 강해지라고 해서 강해지는 것도, 독립하라고 해서 독립하는 것도 아니다. 부모로부터 격리되어 자란 아이가 물리적으로는 독립할 수 있어도 내적으로는 오히려 의존 성향이 강해지거나 나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충분히 의존할 만한 대상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형성되지 않고서는 인간은 독립적 존재로 성숙하지 않는다.
○ 긍정적인 정체성은, 비록 당분간은 동물과 다름없는 상태이긴 해도 자신은 온전하고 훌륭하며 환영받는 존재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 우리 문화는 자동차 외장에 난 긁힘이나 오염뿐만 아니라 인간의 신체와 정신, 삶에 생긴 과오조차도 '상처'가 아니라 '흠집'으로 여기도록 강요한다. 많은 부모들은 본능의 이름으로 아이에게 난 상처에 대해 극적으로 반응하는데 이 상처가 마치 일생 동안 중요한 걸림돌이나 될 것처럼 염려한다. (…) 성년이 된 아이는 보통 우리 문화가 과오라고 여기는 이혼, 부도, 병 등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 문화 속에 사는 사람들의 인생주기는 이렇든 흠집을 내지 않는 데 집중되어 있다.
(…) 진짜 문제는 상처나 흠집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 존재에 생긴 상처가 마치 자동차에 생긴 흠집처럼 자연적으로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우리 문명이 겪는 불행의 원인이 있다. 흠집이 발생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태도가 우리로 하여금 사물과 사태의 본성에 다가가기 어렵게 하고 결국 진정한 행복과 만족하는 삶으로부터 스스로를 유리시키는 것이다.

- 아이의 외할머니, 친할머니, 아빠 세 사람의 양육 방식 차이와 역할에서 오는 눈치보기에 대해..
'나는 아이를 믿고(충분히 융합할 수 있는 힘이 있는), 두 어머니들께 감사하겠다. 내게 특권을 부여하는 이런 불합리한 역할 놀이를 중지하겠다.' 마지막으로 위의 못된 유비를 비틀어서 한 마디. 할머니는 육아에 있어서 최고의 숙련공이다. 견습공 주제에 십장이라도 되는 양 잔소리 마시라. 젊은 아빠, 엄마들이여'

- TV는 우리와 아이들이 현실에 대한 책임감을 손쉽게 회피하게 하고, 현실 그 자체를 경험하는 시간을 감소시키며, 그래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아이의 발달을 더디게 하는 도구가 되었다.

- 의미의 세계로 들어온 아이에게 이야기가 빈곤한 아빠는 들려줄 만한 것이 참 없다. 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지 않다는 사싦은 나 자신이 얼마나 독자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오지 못했는가를 자각하게 만든다.

- 오래된 철학적 질문.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서의 말대로 중간 수준의 재산을 가진 중간 계급의 삶도 아니고, 공리주의자의 말대로 고통보다 쾌락이 더 큰 삶도 아니다. 고통이 있거나 중간 수준의 재산을 갖고 있지 못하다로 해서 '노예'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자발적으로 해소할 수 없는 삶, 스트레스를 내성화하여 자기 강박화할 수 밖에 없는 삶은 자신이 자신을 학대하는 노예의 삶이며 좋은 삶과는 반대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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