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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이 - 모드 쥘리앵

by gogojoo 2022.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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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잘못된 부모의 신념으로 외부와 단절된 채 집에서만 생활하며 억압받고 학대받은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따뜻한 보살핌을 한번도 받지 못한 채 부모에게서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학대를 받은 사람이 어떻게 인간성을 잃지 않고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인터넷 서핑 중에 김영하 작가의 추천 책으로 알게 되었는데,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고 했다. 반복되는 일상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면서 갑갑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래서 이 책의 소개 내용을 들으며 한번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 같다.


그녀가 어린 시절 표현하고 깨달은 사실들은 정말 그 어린 나이게 깨닫게 된 것일까? 아니면 성인이 된 지금 어린시절을 회상하면서 그 당시의 잘못된 상황들을 인지하게 되어 쓴 것일까? 본인이 처해져 있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나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것들 (자연, 동물, 책, 음악, 아주 가끔 만나는 사람들의 친절함)을 찾아내고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해 노력한 부분들이 절박하게 느껴지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내면에 살아있는 영혼과 정신을 놓아버리지거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키워나갔다.


그 집에서 그녀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존재는 말, 오리, 새, 강아지와 같은 동물들이었다. 그녀의 유일한 위안이자 친구였던 말이 죽었을 때, 가혹한 환경 속에서 내 안의 내가 없어지고 지프라기가 된 것 같다고 표현한 부분이 있다. 강철 손이 자신의 심장을 쥐어 짜는 것 같았다고 얘기한다. 자신이 느끼던 공포, 무기력함, 우울함, 아픔을 공유할 수 있었던 존재가 사라졌을 때의 텅 비어버린 마음이 느껴졌다.


8살의 소녀가 카프카, 마르크스의 책을 읽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을 읽으며, 집 너머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신의 부모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스스로 내면의 용기를 키워가는 과정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깊게 느껴진 부분이다. 어린 소녀에게 그녀의 집은 죽음의 수용소나 다름 없었다. 그럼에도 부모가 조금이라도 인정을 해줄 떄는 안도감과 작은 기쁨을 느끼고, 어린 아이가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과제를 수행하면서도 실패했을 때 스스로를 한심스럽게 바라보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부모에 대해 공포심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정을 원하는 아이의 마음이 안타까웠다.


"나는 결국 다시 철책 담을 넘어 정원으로 들어오고, 자유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은 욕구와 감당하기 힘든 두려움 사이에서 찢긴 상태로 내 방에 돌아간다."

그녀가 얼마나 자유를 꿈꿨을지, 그러면서도 쉽게 집 밖을 나갈 수 없었던 내면의 갈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어떤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잠시 정원 밖을 탈출했다가 다시 돌아왔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따금씩 나는 잠시 제자리를 떠났다 돌아온 호랑이들의 여행을 생각한다. 이제는 가구와 물건과 책을 모두 다른 자리로 옮겨 놓고 싶다. 일과표의 일정들도 마음껏 바꾸고 싶다. 마침내 가능한 변화의 문이 열린 듯한 기분이다. 우리 머리 위로 덮인 뚜껑이 완전히 봉해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은 것만 같다. 어머니와 내가 동무가 되어 또다른 모험들을 상상해본다면 얼마나 달콤해질까? 점점 더 무거워지는 아버지의 권위에 맞서서 우리가 또다른 작은 공모를 꾸밀 수 있다면 말이다."

작가가 어떤 상황들마다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보면서 공감이 되는 부분들도 있었는데, 작가만큼의 극한의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비슷한 심리적 상황 (인간관계에서 혹은 어떤 환경적 제약으로 인해 나의 자유가 없어진것 같다고 느끼는 상황)이 떠오르며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정신을 억압하고 통제하려고 했던 환경을 벗어나려고 아주 작은것부터 바꿔나가며 자신의 의지와 자유를 찾아 나가는 모습에서 나도 같이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행동들, 굳이 의미를 붙일 수 없는 만남들, 어리석어 보이는 생각들, 더없이 사소한 반항들, 나아졌다고 말하기도 힘든 아주 조금의 진척, 모든게 정서적 지배력을 무너뜨리는데 기여할 수 있다."


책의 중후반부로 가면, 작가가 자라면서 부모의 강압적 환경에 대해 더 의구심을 가지고, 강하게 저항하는 모습들이 나온다. 부모의 말도 안되는 요구를 거부하고 눈을 응시하며 절대 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녀가 어린시절부터 남몰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정원의 동물들과 교류하며 키워온 내면의 강인함이 느껴졌다.


가장 안타깝게 느껴진 부분 중 하나는 작가가 어머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감정이었다. 예전 읽었던 육아 서적에서 나온 애챡 유형으로 구분해본다면 혼란형 애착을 만들어준 어머니다. 그 어머니 역시 6살에 작가의 아버지가 데려와 직접 교육을 시키고 결혼하여 자신의 딸을 집안에서 직접 교육시킬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았다. 정상적인 부부의 관계라기 보다는 주종 관계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이 어머니에게도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공포심이 있어 복종을 하면서도 가식적인 인간이라며 증오하고 경멸하는 마음도 같이 가지고 있다.


작가의 어머니가 작가에게 아버지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현할때마다 작가는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곤 한다. 어머니의 편을 들었다가 혹시나 어머니가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얘기를 하지 않을지 걱정하는 마음과, 자신도 어머니와 같은 마음이라고 애기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멍하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 어머니가 조금만 더 따뜻하게 아이를 감싸주었다면 두 사람 모두 좀 더 빨리 그 집에서 나와 자유를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아이는 부모에게 종속되는 존재가 아니라 자유 의지와 생각을 가진 독립적인 인격체이다. 부모의 강압적인 테두리 안에 가둘 수 없음을, 아무리 극단적인 환경에서라도 내면의 모든 생각까지 장악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끝내 감옥 같았던 부모의 테두리를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은 작가의 삶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책에서는 결혼을 하며 집을 나온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짧게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세상에 직접 나와 사람들과 새로 관계를 맺고 새로운 일을 도전하는 과정에서 역시 엄청난 좌절과 고뇌가 있었을 것 같다. 이런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법무사로 활동하고 또 지금은 심리학자로서 연구하고 있는 작가를 보며, 어떤 어려운 환경에 있더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의지와 생각은 누구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위로와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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